Issue 161, Feb 2020
존재하지 않는 산을 찾아서
Spain
César Manrique. Es un placer. Un icono populardel siglo XX
세자르 만리케 탄생 100주년 기념전시
20세기 대중의 아이콘. 기쁨이어라
2019.10.30-2020.4.26 란사로테, 세자르 만리케 파운데이션
북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의 일곱 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. 수천만 년 전 화산이 폭발하며 해수면 위로 떠오른 이 섬들은 대자연이 빚어낸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. 그중에서도 특히 가장 북동쪽에 위치한 란사로테섬(Lanzarote)은 현재에도 화산활동이 진행 중인 곳으로,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마그마의 열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. 푸른 에메랄드빛으로 물든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끝없이 펼쳐지고, 섬 곳곳에 솟아오른 붉은 산과 검은 모래사장이 그 경계를 메운다.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을 가로지르며 길게 늘어선 돌담 뒤에는 새하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, 화산재로 뒤덮인 이 거칠고 메마른 땅에서도 용케 자라난 포도나무와 갖가지 진귀한 선인장들이 질긴 생명력을 뽐낸다. 생성과 소멸이 공존하고, 자연의 신비와 인간의 지혜가 어우러진 곳. 이 신비로운 풍경 앞에서 그 누구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. 이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예술가, 세자르 만리케(César Manrique)는 란사로테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, 섬 전체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. 그리고 그는 세상의 모든 이들이 이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액자에 담아 벽에 걸지 않고, 공중에 매달았다.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지 지금 란사로테로 떠나보자.
●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● 사진 Fundación César Manrique 제공
Jardín de Cactus. Lanzarote © Julien Hausherr